[한경에세이] 용서의 미덕

입력 2015-04-14 20:45  

용서는 진정 강한 정신의 표시
고통 넘어 용서 깨달음 얻어야

신연희 < 강남구청장 shyeon@gangnam.go.kr >



지난 1월 충북 청주에서 29세의 젊은이가 밤늦게 일한 뒤 만삭의 아내가 좋아하는 크림빵을 사 들고 집으로 향하다가 뺑소니 교통사고로 숨진 비극이 발생했다. 범인이 사건 발생 16일 만에 자수했을 때 피해자의 아버지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참담한 슬픔 속에서도 피의자를 향해 “자수해서 고맙고 위로해주러 왔다”며 손을 내밀었다. 그는 그보다 더 나아가 경찰관 앞에서 “사고 당시에는 사람을 친 줄 몰랐다”는 피의자의 진술을 듣고도 “용서할 준비가 돼 있으니 진정으로 뉘우쳐 달라”며 다시 한 번 용서의 뜻을 나타냈다.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망사건’의 피해자 아버지를 보면서 지난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가 떠올랐다. 교황은 용서에 대해 설교하면서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마태복음의 가르침을 강조했다. ‘크림빵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는 ‘용서하고 또 용서하라’는 용서의 최고 진면목을 보여 줬다. 필자를 비롯해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이라면 모두 최고의 감동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양 격언에도 있듯, 용서는 강한 사람의 전유물이다.

용서의 미담이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세상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 어디 필자만의 생각일까. 용서를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용서받아야 할 행동이 상식선에서 용서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수록 용서는 더욱 고통스러워진다.

그렇기에 옛 성현들은 용서의 미덕을 상기하는 수많은 격언을 남기며 후세에 가르침을 주고자 했다. 용서보다 복수심이 먼저 생기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또한 이 격언들을 틈틈이 상기한다.

공자는 “한마디 말로 평생토록 칭찬할 말이 있다면 바로 용서”라고 말했다. 맹자는 “억지로 용서하더라도 인(仁)을 구하는데 이보다 더 빠른 길은 없다”고 설파했다. 법구경엔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원한은 사라지지 않고, 원한을 버릴 때만 원한이 사라지나니 이것은 영원한 진리’라고 기록돼 있다.

성경엔 사랑과 용서의 가르침으로 가득하다. 마태복음엔 예수의 유명한 가르침인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이 적혀 있다. 또 누가복음엔 ‘다른 사람을 용서하라. 그래야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고 쓰여 있다. 러시아의 세계적 문호 톨스토이는 “누가 그대에게 죄를 저지르거든 그것을 잊고 용서하라. 그러면 용서함으로써 생기는 행복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희 < 강남구청장 shyeon@gangnam.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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